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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회화를 책으로 구성을 할 때의 가장 곤란한 점은 '증발하기 쉬운' 담화 상황을 활자화하는 데서 비롯된다. 다시 말해서, 실생활이 얼마나 충실하게 반영될 것인가, 그것에 영어회화 책의 성패가 달려 있다. 이 책은 그런 취지에서 쓰여진 책이다. 죽어 있는, 실제로 쓰이지 않는 표현들이 아니라, 원어민이 활용하는 표현들을 빼곡히 담은 책이다. 무엇보다도 '일상적인 상황'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라 할 수 있다.
필진의 구성 또한 한국인, 영국인, 캐나다인으로 구성되어 영어 환경의 '최대공약수'가 확보되었으며, 이 세 사람이 엮어내는 에피소드는 남다른 매력이 있다. 그리고 한국 문화와 서구 문화를 균형적으로 다루어서 최소한 외국인을 만났을 때 대화의 빈곤함을 방지할 수 있는 예방적인 백신의 기능을 담당한다. 실로 외계어가 아니라 진짜 영어인 것이다.
이 책은 또한 문화를 제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모든 언어는 문화를 근간으로 하고 있는 바, 문화의 차이점을 접근하고 그것을 토론하고 서로를 발견하는 시도가 담겨 있다. 박노자 교수의 <당신들의 대한민국>이 갖는 아이러니컬한 장점은 '가장 주관적인 동시에 가장 객관적인 문화 접근'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국외자가 갖는 시각이 맥스(Max)와 마크(Mark)를 통해 제시되고 있다. 외국인이 우리 나라 문화에 대해서 갖는 시각을 미리 챙겨두면 후일에 외국인을 만났을 때 훨씬 수월하게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영어 회화책은 이른바 'Situation English'만을 지향하여 그것을 학습자의 입에 올려두는 데, 즉 발화하는 데 실패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은 'Expression! Box'에서 상황별 용례를 제시하고 'Talk Tips'에서는 표현을 기능별로 분류하였다. 회화에서는 '기능(function)', 즉 상황에 근거한 대화가 강조가 되는데 바로 이 점을 시도한 것이 이 책의 커다란 매력이다.
이 책에 대한 학습자들의 부담은 너무 유려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등장을 하다 보니,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말문을 열 때 필요한 표현(opener)의 소개가 다소 부족한 듯하다. 물론 'Expression! Box'와 'Talk Tips'에서 그 장치를 마련하기는 했지만, 어눌한 한국인을 설정했다면 훨씬 더 흥미로운 구성이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원어민들이 선호하는 표현들이 주류를 이루다 보니 격의없는 표현들이 상당 부분 차지한다. 이러한 표현들을 일반인이 어색하지 않게 쓰기란 거의 불가능하지 않나 싶다. 외국인이 코미디에서나 볼 수 있는 우리말 유행어를 쓰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구문 생성을 못 하는데, 쓰는 표현은 유려하다면 위화감이 있지 않을까, 기우를 가져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에 영화, 시트콤 시청을 좋아하는 분, 영미 문화권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분, 그리고 젊은 영미인들을 자주 만날 기회가 있는 분에게 본서는 보물 같은 책이 될 것이다. 구어체 영어에 대한 첩경을 마련하고 싶은 분 또한 이 책의 노정에 동참해 보기를 강권한다.
정득권 영어 칼럼니스트 |